속기 합격수기
[취업후기] 의회 기간제 근로자(속기) 근무 후기입니다.
- 관리자
- 2025-02-28
안녕하세요?
현재 의회 기간제 근로자(속기)로 8개월 차 근무하고 있는 속기사입니다.
맨날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비회기인 지금! 드디어 취업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네요.
이미 다른 분들이 후기를 너무 잘 써주셔서
저는 약간의 팁을 드리는 느낌으로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의회 기간제 근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근무지마다 차이가 있는 점 유념하시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는 기관 취업을 목표로 속기 공부를 시작한 것이기에,
2024년 상반기에 한글속기 3급을 취득한 후 고민 끝에 타지에 있는 의회에 지원하였습니다.
그때 당시에 제가 사는 지역에는 속기사 일자리가 없었을뿐더러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소리자바 아카데미 도현 선생님도 '기관 취업이 목표라면
기관 경력이 있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용기를 주셔서 한 발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ㅎㅎ
첫 번째 의회 계약 종료 후에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한글속기 2급 취득과 함께 곧바로 또 다른 의회에서 일하게 되어 현재까지 근무 중입니다.
운도 있었지만,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했기 때문에 다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류는 한글속기 시험 응시 후 '합격하겠다'는 확신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바로 준비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
좋은 기회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저는 서류 준비를 위해 속기홀릭에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틈틈이 찾아보며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기에 주력했고,
면접은 소리자바 아카데미를 통해 자료를 제공받아 예상 질문지를 뽑아서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글속기 자격증 취득 이전에 협회 소속으로 데이터 전사와 사전 자막 제작 업무를 하였기 때문에
제가 했던 업무에 대해 전문성(?) 있어 보이게 설명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한 게 임팩트를 준 것 같습니다.
1. 첫 출근 전 해야 할 일
▣ 의원 얼굴과 성함 숙지
: 의회에서 일하려면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회의장에서 속기하는 중간중간 화자를 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숙지해 가면 얼굴과 명패를 번갈아 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보통 회의장에서 발언할 때 "OOO 의원(위원)입니다."라고 시작하기는 해요!)
이때 단순히 사진으로만 보는 것보다
방송 영상을 몇 개 보다 보면 목소리와 발화 특성도 파악할 수 있어서 조금 더 빨리 숙지할 수 있어요.
▣ 내가 근무하게 될 의회 홈페이지에서 여러 상임위의 회의록 정독 (단, 본회의는 X)
: 의회마다 회의록 작성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미리 보고 가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위원들이 집행 공무원들에게 질의하는 부분에 집중해서 보시면 됩니다.
(본회의를 제외한 이유는 정형화된 시나리오가 있어서 참고하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두 곳의 의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요,
ex. A 의회 - '해야 되는데' -> '해야 하는데' / '찬성해 가지고' -> '찬성해서' / 말줄임표 사용 X
ex. B 의회 - '해야 되는데' 그대로 사용 / '찬성해 가지고' 그대로 사용 / 말줄임표 사용 O
보시다시피 약간 다릅니다.
주무관님들이 따로 교육을 해주시거나 매뉴얼 자료를 나눠주는 곳도 있지만,
자잘한 건 일하면서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꼭 미리 보고 가세요!
▣ 세미 정장 및 깔끔한 옷들 준비
: 이건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 근무 첫날은 무조건 제일 단정하게 입고 가시면 됩니다.
근무 첫날부터 회의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서 재킷 하나, 구두 하나 정도는 사전에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맨날 재킷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고, 사무실 의자에 걸어뒀다가 회의 들어갈 때만 입으시면 편할 거예요!
추천 - 재킷, 니트, 셔츠, 슬랙스, 롱치마, 구두, 로퍼, 튀지 않는 색과 디자인의 운동화
비추천 - 쨍한 빨간색 or 파란색 옷(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음), 발가락 보이는 신발(단정하지 않아 보임)
전반적인 색깔은 회의장에서 나만 튀어보이지 않게끔 입으시면 돼요!
(하지만 전 뒷말 나올까 봐 원천 차단을 위해 무채색 계열의 옷만 입었습니다...)
며칠 다니다 보면 다른 직원분들을 보고 '아, 저렇게 입으면 되는구나.' 하고 체득(?)하게 됩니다.
참고로 비회기인 지금은 가끔 청바지도 입고 있답니다.
2. 회의 속기 시 유의 사항
▣ 회의장 녹음기 점검
: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온전히 기록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사람마다 발화 특성이 다르기도 하고,
생소한 지역명이나 사업명, 어려운 용어가 나온다면 이를 바로 정확하게 기록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회의에 들어가게 되면 추후 번문을 위해 녹음기 점검은 꼭! 하셔야 합니다.
녹음기는 회의장 내 유선 녹음기와 소형 녹음기가 있습니다.
'방송에 음성이 그대로 나오는데 왜 녹음기로 따로 녹음을 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방송 녹음 파일이나 회의장 내 유선 녹음기는 마이크 사용 시에만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기 때문에
마이크 미사용 시 육성을 잡아내기 위해 소형 녹음기를 따로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소니 ICD-UX570F, ICD-PX470 모델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발언 시간이 초과되면 마이크를 가차 없이 꺼버리는 곳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지금 일하고 있는 B 의회에서 교대로 들어가서 속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위원이 마이크도 안 켜고 길게 발언을 하시더라고요.
평소에도 발음 안 좋기로 유명하신 분이라 큰일 났다 싶어서
열심히 치다가 무심결에 녹음기를 쳐다봤는데 녹음기가 전부 정지돼 있는 겁니다...
초반에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지만,
녹음기를 다시 켜기 전까지의 발언은 제 속기 실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에 부담되더라고요ㅠㅠ
(결과적으로 놓친 부분은 크게 없어서 잘 마무리됐습니다.)
그래서 개의, 정회 후 속개, 교대 시 크로스 체크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교대 시간 엄수
: 의회에는 여러 상임위가 있고, 모든 회의에 혼자 들어가서 100%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배 및 동료 속기사들과의 협업은 필수입니다.
보통 한 상임위원회당 속기사 2명씩 배정되는데,
의회마다 교대 시간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30분 혹은 1시간씩 교대하는 것 같아요.
교대 시간이 길어질수록 팔도 아프고, 집중력 또한 저하되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어서 꼭! 교대 시간을 엄수하도록 합시다.
(회의가 있는 날은 생각보다 번잡하기 때문에 까먹을까 봐 저는 워치 타이머를 애용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은 휴식 시간을 갖거나, 내가 치고 나온 부분을 미리 번문하시면 돼요!
회의장 속기를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 방송 창을 띄워놓고 곰 녹음기로 녹음해 놓으면
추후 방송실에서 따로 제공해 주는 녹음 파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번문이 가능하답니다.
▣ 화자 구분에 집중
: 초반부터 누군지 다 알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의원들은 미리 외워왔다 하더라도 집행 공무원들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렵죠ㅠㅠ
그래서 저는 회의 시작이 오전 10시라고 하면
20~30분 전에 회의장에 미리 가서 놓여져 있는 명패들을 확인한 후,
포스트잇에 그린 배치도를 의사일정 종이에 붙여서 교대 시 속기 키보드와 함께 들고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의원 및 집행 공무원의 위치와 명확한 의안명까지 알 수 있어서 일석이조!
혹여나 번문 후에도 화자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방송 영상으로 확인하거나, 주무관님들의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
(회의를 자주 들어가셔서 그런지 목소리만 들어도 아시더라고요ㅎㅎ)
그리고 저는 이름이 '홍길동' 위원이면 '홍 (뒤에 띄어쓰기 두 번)' 이렇게 입력해서
추후 번문할 때 Ctrl + F를 사용해 '○홍길동 위원 (뒤에 띄어쓰기 한 번)'으로 일괄 바꿔주었답니다.
상용구나 문자 인식을 활용해 주셔도 좋아요~
3. 번문 시 유의 사항
▣ 최소한 두 번은 듣기
: 저는 회의장에서 속기할 때 띄어쓰기, 맞춤법을 지켜가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치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번문할 때 빠트린 내용을 추가만 하면 돼서 편하더라고요.
(띄어쓰기 및 오타 수정하는 노동력이 줄어들어서 추천)
1차 번문은 정배속으로 타임머신 펑션키를 사용하며 작업했어요.
모르는 용어나 애매한 표현이 나오면 '**(음성 파일 시간 표시)'를 하고 큰 고민 없이 넘겼다가
2차 번문할 때 1.3~1.5배속으로 들으면서 문맥을 파악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하루 종일 머리 싸매다가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들었을 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신기합니다ㅋㅋ
그리고 계속 들어도 진짜 모르겠는 건 유추해서 쓰지 말고 그냥 넘기시는 게 좋아요.
담당자가 선입견을 갖게 돼서 그 단어에 갇혀 더 안 들리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 매뉴얼에 맞게 작업
: 앞에서 의회마다 매뉴얼이 다르다고 언급했는데요,
의회 홈페이지에 보면 '색인어 검색'이라는 기능이 있을 거예요.
(없다면 회의록 검색 기능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의록을 빠르게 작성하기보다 정확하게 작성하는 걸 선호하시기 때문에
저는 띄어쓰기가 애매한 것들은 바로바로 찾아 보고 다음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ex. '주요업무보고', '주요 업무보고', '주요 업무 보고' 전부 검색해 보고 빈도수가 많은 표현을 선택 -> 메모
그리고 담당자가 여러 속기사들이 번문한 걸 취합해서
개략적으로 검수한 후에 임시 회의록을 게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제가 번문한 회의록 부분과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록 내용을 비교해 가면서
'다음부터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겠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번외
▣ 개인 노트북과 개인 속기 키보드 사용 여부
: 저는 사무실과 각 회의장마다 PC가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개인 노트북은 따로 지참하지 않았고,
A 의회에서는 개인 속기 키보드를 사용했는데
B 의회로 오니 근무하는 동안 쓰라고 자바프로를 빌려주셨어요!
(다만, 보안 때문에 외부 반출은 불가합니다.)
그래서 출퇴근길이 무척 가볍고 신난답니다ㅎㅎ
▣ 점심 및 간식
: 점심은 구내식당이나 인근 장부 식당을 이용합니다.
구내식당은 내돈내산 해야 하지만, 맛있고 3,000원이라 부담 없어서 좋아요!
(4,500원 혹은 6,000원인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관에 카페가 있어서 종종 이용하고 있고,
같이 일하는 주무관님들이 산책 후에 자주 사주시기도 합니다.
의회 행사가 있는 날은 가끔 샌드위치, 햄버거, 떡, 식혜 등도 받아요~
▣ 칼퇴근 가능
: 회의가 길어지면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를 넘길 때도 간혹 있는데,
이때 기간제 근로자인 저는 6시 칼퇴랍니다!
근무 초반에는 일이 쌓이는 게 싫어서 번문해야 할 파일을 집에 가져와서 한 적도 있는데
이건 무급이니까 되도록이면 근무 시간 내에 끝내도록 합시다...
현재는 2월 임시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일이 없을 때는 근무 시간에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거나 한글속기 1급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4년 상반기 시험 당시 1급 연설 79점이었는데,
A 의회 한 달 반 근무 + 한 달 공부 후
그해 하반기 시험에 연·논설 모두 89점으로 점수가 수직 상승한 케이스라서
(그때 제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신 OO시의회 아웃사이더 모 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ㅋㅋ)
실력과 경력 모두 얻고 싶으신 분들에게 의회 기간제 근로자로 일해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글속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들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