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30대][김** 회원님] 0000의회 근무 후기입니다.

  • 관리자
  • 2025-09-29

 

안녕하세요? 

 

제가 의회에서 기간제 속기사로서 근무했던 경험을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시 저처럼 "자격증은 땄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내가 일을 했고자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근무했던 곳 기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의회가 동일하게 운영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 사례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글속기 첫 자격증은 가을이었습니다. 

자격증 막 취득하고 연수 과정을 수료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제 마음은 단순했습니다. 

"조금 더 공부해서 실력을 탄탄히 쌓은 뒤, 나중에 취업에 도전하자." 그래서 취업 공고가 올라와도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라는 생각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데미를 통해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집과 가까운 의회에서 정례회를 앞두고 

기간제 속기사를 뽑는데 그 자리에 지원해보지 않겠냐구요. 

사실 전화를 받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경력이 없는데 괜찮을까?" 였습니다. 

걱정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실력이 부족해서 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괜히 민폐만 끼치고 낙인만 찍히면 앞으로 더 큰 기회를 잃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누구나 처음은 있다, 일단 경험을 해보는게 중요하다, 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하루 뒤에 합격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 출근 날짜까지 확정 되었습니다. 

 

급하게 준비했던 상황이라 마음은 복잡했고, 복장도 신경쓰였습니다. 

의회라는 공간은 공적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밝고 화려한 옷차림보다는 어두운 정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블라우스와 슬랙스를 조합해서 단정하게 입었고 검은색 외투를 챙겨 회의장에 들어갈 때 걸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발은 구두 대신 단화를 선택했고 구두 굽 소리가 회의장처럼 엄숙한 분위기에서 또각또각 소리를 냈을 때 눈에 띌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이런 부분이 스스로에게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근 날 제가 맡았던 일은 위원회 회의록 작성이었습니다. 교대 근무 방식이었고, 속기사가 여러 명 배정 되어 일정 시간마다

속기석에 들어갔습니다. 회의장 중앙에 배치된 속기석은 의원님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처음엔 신경이 쓰이고 

나만 보는 거 같은 느낌에 집중이 잘 안됐지만, 두 세번 교대를 거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시간으로 열심히 쳐도 놓치는 부분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발언자가 동시에 말하거나, 

마이크를 끄고 발언하는 경우도 있었고 처음 듣는 용어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도 회의 후 번문작업을 통해 회의록을 완성시키기는 했습니다. 

 

정례회가 끝나고 회의가 많이 일어나지 않아서 일부는 재택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처음의 두려움은 오히려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실수를 하더라도 함께 근무한 속기사님들이 

조언을 해주시고 챙겨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놓쳤더라면 정말 아쉬었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상태에서 뛰어들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배우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제 실력과 자신감이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자격증 발표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무런 경험이 없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실행으로 옮겨라,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기간이라도 백번 듣는 말 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값지니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