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재판 속기] 시험용 낭독과 실제 재판 음성의 괴리, 그리고 현직의 루틴
- 관리자
- 2026-05-18
안녕하세요?
한글속기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법기관의 속기사로 채용되어 근무한 지 어느덧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준비생 시절 합격 수기를 보며 힘을 많이 얻었는데, 이제 제가 현직자 입장에서 느낀 실무 현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자격증 1급을 따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기 마련인데, 첫 법정 참여 때 그 자신감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시험장 음성은 방음이 잘 된 스튜디오에서 성우가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주지만 실제 재판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피고인이나 증인들은 잔뜩 긴장해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거나 울먹이고,
변호사나 검사님들은 서류를 보며 빠른 속도로 읊조리듯 말합니다.
마이크가 있어도 웅얼거리는 소리는 헤드셋을 써도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들고,
여기에 건축, 의학, 금융 등 생소한 전문 용어가 쏟아지면
단어를 몰라서 손가락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 뇌정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내가 치는 글자가 판사님 모니터에 실시간 싱크로 뜨다 보니 그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재판 속기사는 단순히 법정에 앉아 타이핑만 하는 게 아니라, 재판 전 '기록 검토'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출근하면 그날 배정된 재판의 사건 일정을 확인하고, 시스템을 통해 사건 개요와 당사자 이름, 주된 쟁점을 미리 읽어둡니다.
이때 자주 나올 것 같은 고유명사나 전문 용어들을 파악해 두고
나만의 약어로 등록해 두어야 실전에서 말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재판 참여가 끝나고 나면 바로 자리로 돌아와 녹음된 음성을 다시 들으며 빠진 부분이나 오타를 수정하는 번문 작업을 진행합니다.
조직 문화 자체는 굉장히 독립적이고 정적인 편입니다.
각자 맡은 재판과 배정된 조서 작성 마감만 제때 지키면,
상사 눈치를 보거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야근이 거의 없고 정시 퇴근이 보장되며, 연차도 본인 재판 일정만 피해 조율하면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워라밸은 최고입니다.
실기 속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맞춤법이나
시사 상식을 넓혀두는 게 실무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거친 음성들을 귀로 받아 적는 연습을 꼭 많이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