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초보 속기사가 1년 차 프리랜서 속기사로 자리 잡기까지

  • 관리자
  • 2026-08-10

안녕하세요, 한글속기 자격증 손에 쥐자마자 어디 매이기보다는 내 스케줄대로 일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프리랜서로 뛰어든 지 어느덧 1년 차가 된 속기사입니다. 공부할 땐 자격증만 따면 집에서 편하게 타이핑 치고 필요할 때만 가끔 출장 다녀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장에 나와보니까 내 이름 석 자가 곧 회사이자 브랜드라는 게 진짜 뼈저리게 다가오더라고요.

 

제 첫 프리랜서 일감이 어느 중소기업 징계위원회 회의 출장 속기였는데요, 가방 메고 회의실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 특유의 서늘하고 팽팽한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혔습니다. 회의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이었는데 진술자랑 위원들 감정이 격해져서 고성 오가고 서로 말 자르고 들어오는 난장판이 벌어졌고, 화자 서너 명 목소리가 다 겹치고 마이크 울림까지 섞여 들어오니까 순간 식은땀이 삐질 나면서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그대로 얼어붙었죠.

 

현장 마치고 집 와서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부터가 진짜 시험대였는데, 내가 친 이 회의록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징계나 퇴직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려서 섣불리 문장을 못 넘어가겠더라고요. 녹음 파일 한 구간당 20번씩 돌려들으면서 웅얼거리는 소리 잡아내고, 오탈자 다듬고, 띄어쓰기 하나까지 검수하느라 그 30분짜리 파일 하나 가지고 밤을 거의 꼴딱 새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정성껏 다듬은 속기록 넘겨드렸더니, 기업 담당자분한테 전화가 와서 초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발언자 매칭도 정확하고 문맥이 너무 깔끔하다면서 다음 달 이사회 회의도 지정해서 맡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는 순간 밤새우면서 피곤했던 게 싹 가시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진짜 성취감이 뭔지 느꼈고, 그 뒤로 자신감 붙어서 주주총회, 재개발 조합 회의, 대기업 세미나까지 온갖 현장을 부딪치며 다녔습니다.

 

1년 동안 현장 구르면서 얻은 가장 큰 건, 기술보다는 어떠한 난장판 오디오나 돌발 상황이 터져도 당황하지 않고 마감 맞춰내는 나만의 멘탈이랑 노하우가 생긴 거였습니다. 수험생 때 방구석에서 연습할 때나 지금 현장에서 칠 때나 매 순간 긴장되는 건 똑같지만, 내가 친 한 줄 한 줄이 누군가의 소중한 기록으로 딱 남는 걸 보면 참 오묘한 보람이 있습니다. 혼자 연습하면서 과연 내가 나가서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분들 많을 텐데, 지금 손가락 꼬이고 답답한 그 시간들이 다 현장 나가서 버틸 수 있는 뼈대가 되는 과정이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끝까지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