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법원 속기사로 일해보니, 속기만 잘한다고 끝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 관리자
- 2026-09-28
법원 속기사로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역시 실제 재판에서 하는 속기가 연습할 때와 얼마나 다를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정해진 음성을 듣고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취업을 하고 나서도 하루 업무의 대부분을 속기하면서 보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법원에서 근무해보니 속기는 분명 중요한 업무이지만 그것만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 법원 속기사 채용 직무를 보면 재판 관련 속기업무뿐 아니라 일반행정, 송무, 판사실 지원 같은 사무보조 업무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일을 하다 보면 왜 이런 업무들이 같이 묶여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법원이라는 조직 안에서 근무하는 이상 저는 단순히 필요한 순간에 들어가서 속기만 하고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 부서의 업무 흐름을 같이 이해하고 움직여야 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재판 관련 업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법원이라는 장소가 주는 긴장감도 있고,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법률 관련 표현들을 접하게 되다 보니 자격증 공부를 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업무를 접하다 보니 무조건 어려운 법률지식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내가 지금 기록하고 있는 내용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따라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채용 직무기술서에서도 재판 관련 속기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일반행정이나 송무, 판사실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정업무 지식을 요구하고 있어서, 법원 속기를 준비한다면 속기 실력과 함께 법원 조직이나 기본적인 업무 용어 정도는 미리 익혀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크게 느꼈던 부분이 정확성에 대한 부담이었습니다. 연습할 때는 틀린 부분을 발견하면 ‘다음에는 안 틀려야지’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업무에서 작성하는 기록은 제가 연습하려고 만드는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습니다. 빠르게 입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잘못 이해해서 전혀 다른 단어를 적어놓지는 않았는지, 발언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갔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맞춤법이나 기본적인 문서 작성 능력을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
법원 속기사라고 하면 하루 종일 재판에 들어가 속기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채용공고를 보면 속기와 사무보조가 함께 담당업무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행정이나 송무, 판사실 지원업무 등이 직무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처음에는 속기와 직접 관계없는 업무를 접하면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런 일을 같이 해보는 것이 법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이나 워드프로세서 같은 컴퓨터 관련 자격을 우대하는 법원 채용이 있는 것도 실제 업무 범위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법원 속기사라는 직업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속기를 하러 왔는데 이런 것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속기 외에 행정이나 송무 관련 업무를 함께 접하다 보면 법원이라는 조직 자체를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집니다. 특히 앞으로 계속 법원이나 공공기관 쪽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분이라면 단순히 속기 기술만 사용하는 것보다 조직에서 실제로 문서가 어떻게 처리되고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역시 재판 관련 속기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일반적인 사무업무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확인하면서 처리할 여지가 있지만 속기는 발언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가는 바로 다음 내용을 놓칠 수 있습니다. 자격증 시험 때는 몇 분 동안 최대한 집중하는 훈련을 했다면, 실제 업무에서는 필요할 때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고 나면 처음 법원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용어나 업무 방식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내가 어떤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자격증을 준비할 때 그렇게 반복했던 연습이 실제 업무에서 사용되는 순간을 경험하면 ‘내가 괜히 이걸 계속 연습했던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원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속기밖에 할 줄 모르는데 괜찮을까?’라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실제 업무를 경험해보니 처음부터 법원 업무를 전부 알고 들어가는 사람을 상상하기보다는, 속기라는 기본적인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새로운 행정업무와 조직의 방식을 계속 익혀가는 직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원 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속도만 계속 올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정확하게 듣고 기록하는 기본기를 갖추고, 문서 작업이나 기본적인 법원 업무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시면 실제 근무를 시작했을 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