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40대][김** 회원님] 0000법원 기간제 근무후기 입니다. ^^
- 관리자
- 2025-07-15
안녕하세요?
저는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현재 40대입니다. 법원에서 한시임기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40대이신 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이 법원이나 의회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주저하시는 걸 많이 봤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저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속기를 시작했던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불투명한 미래로 고민을 하던 중 속기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때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퇴사와 동시에 키보드를 구입 후 속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속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계획 없었던 슬럼프가 수시로 왔고 원치 않은 장수생이 되었습니다.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속기 공부를 계속 이어가는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속기 공부를 그만 두고 사무직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래도 일하면서 중간중간 라이브 콘텐츠 연수도 받고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속기랑 다시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우연인지 몰라도 회사의 경영난으로 부득이하게 퇴사하게 되면서 속기를 재시작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한글속기 상반기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퇴사를 했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못해서 마음을 비우고 시험을 쳤습니다.
기대도 안 했는데 속기가 인연이 되려고 한 건지 3급에 합격했고, 그해 하반기 2급까지 합격하여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공기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속기사분들처럼 저 역시 의회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2급 취득시기가 의회 정례회 기간와 맞물려 있어서 의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여기서 의회 지원 때 팁이라면, 재공고 올라오는 곳을 공략하면 연락이 올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재공고가 올라오는 대부분의 이유가 인원 미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저하지 마시고
이력서 제출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그런 곳은 근무 기간도 다른 곳보다 한두 달 정도 길기 때문에
경력 쌓기도 좋았 던 것 같습니다. 의회 기간제 최대 장점은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오로지 속기와 번문 작업만
하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최상이었습니다. 정례회 기간에는 간식도 많이 주시고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같이 일했던 주무관님께서
'속기는 나이랑 상관없는 것 같다. 성실함만 있으면 어디 가든 잘 할 것이다. 내년에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좋은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용기를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의회 기간제 계약 종료 후 소리바로 VOD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공공기관 채용 공고를 검색 했고, A법원 한시임기제 채용 공고 문자를 보고
조심스럽게 문의 드리게 됐습니다. 이때 도현 선생님 도움이 컸습니다. 도현 선생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우선 도전이나 해보자 해서 서류를 넘겨 드렸지만 A법원에서 바로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연락이 왔습니다.
'타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주셨고 이미 다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변 드리니 면접 없이 그날
바로 합격되어 채용 되었습니다.
A법원에서는 형사합의과 부속실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제가 맡은 재판부는 부장판사님이 세 분이셨고,
여느 부속실처럼 재판 속기 뿐만 아니라 서류 정리, 실비 관리, 탕비실 관리 등 비서 업무를 했습니다.
여기서 짧은 기간 일을 했지만 많은 속기사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습니다.
많은 조언도 해주시고, 격려는 매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모셨던 부장판사님들도 너무 좋으셔서
가능 하면 법원에서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도 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또 팁!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도 괜찮다는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 40대이신 분들은 이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되실 텐데요. 실제로 법원 면접장에 가면 여러 연령층, 전국 각지에서 오시고
전문임기제가 되신 분들 중에서도 주말부부로 지내시는 분들도 꽤 계셨습니다. TO가 언제, 어디서, 생길 줄 모르는데
육아 때문에, 개인 사정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만 생각하고 계신다면 다른 분들보다 경력쌓기가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분들은 이미 경력을 쌓고 있더라구요..
제가 만났던 법원 속기사님들 모두가 하시는 공통적인 얘기가, 최종 목표가 법원이라면 지역 가리지 말고 도전하라는 얘기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살던 지역은 TO가 너무 안 나서 다른 지역으로 빠지는 분들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경력은 거저 주어지는게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야 이루어 진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A법원 계약 종료 후 역시나 여러 공공기관 채용 공고에 지원하고 면접보기를 반복했고,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괜한 나이 탓만 했던 것 같습니다. ;; 법원에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언젠가는 들어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와서 지금은 B법원 지원 등기계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는 관사도 제공해주셔서
주거지 해결은 편하게 해결 되어 좋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팁! 법원 속기사는 경력이 많으면 속기업무를 배정 받겠지만 처음부터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B법원도 속기사분들이 종합민원실,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원마다 다르겠지만
속기만 할 생각으로 법원에 지원하시는 일은 없으셔야 당황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등기부등본, 사문서 확정일자, 필증 담당입니다. 생소한 용어들로 매일매일 정신 없지만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셔서 기초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오늘로 7일차인데 솔직히 지금도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리셋이 됩니다. ㅎㅎ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속기사님들은 점심때마다 저를 챙겨주셔가지고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벌써부터 내일이 두렵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이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실제로 현장에 나가면 나이, 그렇게 안 따집니다. 저희는 일만 잘하면 되니까 겁먹지 마시고 용기 내서 도전해보세요.
이상으로 법원 40대 도전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