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20대][조** 회원님] 0000법원 합격 근무후기입니다.
- 관리자
- 2025-07-21
안녕하세요?
0000법원 후기
안녕하세요. 작년에는 시의회 후기를 올렸었는데, 올해 또 법원에서 한시임기제로 근무하게 되어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근무 중인 법원에서는 속기가 아닌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데, 법원에 뜻을 두고 있다면 행정을 먼저 맛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아주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대단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 사람은 여기서 이런 일을 했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경력
저는 한글속기 2급자격증을 가지고 사무소, 프리랜서, 의회에서의 경험이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게 될 때마다 ‘아니야, 언젠가는 1급을 따서 꼭 법원에 가야지.’ 다짐을 하곤 했는데요. 작년 시의회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 달 바짝 연습해서 시험을 쳤고, 운 좋게 한글속기 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키보드로 연습하는 거 다 눈감아주시고 응원해주셨던 00시의회 분들, 함께 일했던 속기사님들 모두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먼저 계약연장의 손길을 내밀어주셨던 부분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법원에 뜻이 없었다면 의회에 계속 머물렀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만큼 좋은 분들이 많으셨고 재미있게 근무했습니다.
업무
저는 특정 신청사건의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결재권자는 따로 있었지만 접수된 신청서를 검토하는 것부터 명령, 결정까지 모두 했어요. 아무래도 법원 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재판사무시스템]은 어려웠고, 들어오는 신청서와 민원인 응대는 더 어려웠습니다. 신청 사건의 특성상 사건의 양이 방대해서 민원인이 많은 것도 불가피한 자리였습니다만, 저를 곤란하게 했던 건 ‘아는 게 없어서 민원인의 질문에 대답할 게 없다’는 제 무지함이었습니다. 모른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어서 옆자리 주무관님과 계장님 바짓가랑이에 바짝 매달렸어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 대신 전화도 받으시고, 민원인도 응대하시고. 저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시던 많은 분들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일하면서 민사집행법도 공부를 했고, 어떤 규정이 있고 다른 법원에서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안팎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속기사들을 위한 후기지만, 함께 일하면서 편견 없이 동료로 대우해준 신청과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다들 저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저는 여러모로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많이 부족한 저여서 죄송했습니다.
분리해서 생각해보니 5개 정도의 업무가 주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것저것 동시에 배우다보니 적응하고 응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잘못 처리하면 수습하는 방법을 또 공부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업무가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과, 다른 기관과 은근히 연계되어 있어서 내선번호가 울리는 게 민원인 응대보다 무서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또 제 자리가 다른 자리에 비해 쉬운 업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복잡한 심정이었던 거 같아요.
민원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면, 저도 내성적인 성격과 더불어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민원인을 마주하면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민원인을 어떻게 응대하고 안내하는지 지켜보며 메모하고 공부했어요. 중립을 지키며 절제된 대답을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간혹 제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이 또한 괜찮아졌어요. 아무래도 일의 연장선이다 보니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겠네요. 나중에는 민원인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면 그냥 과에서 가장 강해보이는 분께 토스했습니다.
또 다른 부서의 직원이었지만, 계장님의 배려로 속기사분들과 식사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얼굴도 알음알음 알게 되고 오며가며 인사드리고 하면서 언니들과 함께 일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던 거 같아요. 이 또한 법원 내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얻은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후기를 적으면서 느끼지만, 새삼 저를 위해주신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 저는 사람 복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저를 법원까지 안내해주신 도현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치며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얘기를 들려드리지는 못했으나, 속기 및 행정이라고 했을 때 행정에 대한 업무, 민원에 대한 업무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적어보았습니다. 후기라기보다 감사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더 드러나는 글 같지만 뭐 어떤가요. 지금은 계약이 연장되어 꿈에 그리던 속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형사과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랜만의 속기라서 더 재미있고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함께 일하는 판사님들은 다정하시고, 속기 언니들은 너무 따뜻해요. 저는 오늘도 소속감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만끽하며 즐겁게 출근했습니다. 다음에는 법원속기에 대한 후기를 들려드릴게요.
모두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