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20대][*** 회원님] 0000법원 근무 후기입니다.
- 관리자
- 2025-12-22
안녕하세요?
현재 00지방법원 등기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속기사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속기를 막 시작했을 때 설렘을 안고 근무 후기를 찾아보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후기를 읽고 난 뒤에는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두려움과 막막함만 남았었죠.
"와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아니, 저 자격증까지 있다고? 나도 저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걸까?"
"막막하다." 나는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이런 생각들로 겁먹었던 제가, 지금 이렇게 근무 후기를 쓰고 있네요.
혹시 저처럼 속기의 길이 머나먼 여정처럼 느껴저 걱정되는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격사항>>
▶AI데이터전문속기 1급
▶수사속기 2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한글속기 1급
<<경력사항>>
▶00의회
한글속기 3급 취득한 후 처음으로 나간 현장이었어요.
당시 임시회 기간이었고, 회의는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는 속기사 한 분과 2시간씩 교대로 회의를 참여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회의록을 정리하는 업무를 말았습니다.
집에서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을 보며 듣고치기 연습을 많이 했었지만, 역시 실력을 키우는데에는 현장 경험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00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예전에는 한시임기제 공고를 보고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음에도 "그냥 이력서라도 넣어보자"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었고,
당연히 연락은 없었어요..
그런데 반년이 지나 연락이 와서 3급을 취득했는지 물어보셨고, 취득했다고 말씀드리자 두 달간 한시임기제 자리가 있는데
해볼 생각이 있는지 제안해 주셨습니다.
법원 근무하면서 속기 업무를 많이 못 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운 좋게도 첫 업무가 속기였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증인 및 피고인 신문 과정을 속기하고 신문이 끝난 후에는 녹취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의보다 재판이 더 수월하게 느껴졌어요.
어느 정도 답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검사와 변호사의 질문 리스트가 있어서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어요.
하지만 재판장님이 제가 속기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점은 꽤 부담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재판 중에 재판장님께서 "위에 속기한 부분 좀 보여주세요"라고 요청하신 적도 있는데 정말 호러... 였습니다.
그래도 그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의회와 법원에서 모두 근무해 보니,
법원은 속기사 선배님들이 많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속기사 처우나 비품 요청같은 부분에서도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회와 법원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저는 법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00지방법원 민사단독과
두 달 근무가 거의 끝날 무렵, 한시임기제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고 왠지 내가 될 것만 같아서 자신있게 지원했지만 광탈을..
나름 1급도 있었고 면접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니 정말 우울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두 달 경력으로 자신만만했던 제 모습이 그냥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우울한 2주를 보내던 중.
한시임기제는 아니지만 대체직으로 사무보조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행정업무 경력이 없어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민사 재판 전에 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 조정 결과 보고서를 받아 전산에 입력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입력하는 일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문서를 첨부하는 작업은
꽤 까다롭더라고요.
A의 겨우 소장을, B의 경우에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C의 경우는...
용어가 생소하니 전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주무관님이나 계장님께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얘는 이런 것도 모르나.. "라고 생각하실까 겁이 났어요.
그런데 혼자 머리 싸매고 있어도 답이 안 나오길래 그냥 물어봤습니다.
괜한 걱정이었고,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모르는게 당연하다며 격려까지 해주시는 거에요.
정말 감사했고 그 일을 계기로 '모르면 그냥 물어보자'라는 용기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00지방법원 종합민원실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당연히 민원 응대 업무도 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종합민원실이라는 말을 들으니 무서웠어요.
법원 전체 시스템도 잘 모르고 하물며 부서들 위치도 잘 모르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역시나 어딜가나 이상한 민원인들은 있었지만 주무관님들과 계장님들이 있어서
잘 해결되었습니다.
민원인을 응대하는 부서다 보니, 다른 부서보다 더 끈끈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누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바로 달려와 중재해 주고, 따뜻한 위로나 격려도 자주 해주시는
그런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법원의 전체 업무를 알게 되어 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부서였습니다.
▶00지방법원 등기국
계약기간이 끝나갈 즈음, 협회 추천 공고를 받고 바로 연락드려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종합민원실에서 근무하며 부서별 업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 어느 부서든 이제 무서울 게 없다고 자신했는데
등기국일 줄이야..
제가 근무했던 법원은 등기국이 따로 있어서 등기 업무를 같이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등기 업무를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그냥 '등기국으로 가세요'라고 안내했기 때문에
등기업무를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생소했습니다.
이번 첫 출근도 역시 무서웠고, 겁났고, 걱정되었지만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적응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현재 법인 발급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증명서, 인감카드, 무인기에서 발급되지 않는 법인 등본 및 증명서 등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민원인을 직접 응대하지만, 신청서를 받고 신청서에 기재된 대로만 업무를 처리하면 되니
나름 수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문서가 가진 힘과 중요성이 참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신청서는 등본에 기재된 내용과 일치해야 하고, 필요서류가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며,
받은 서류들은 다 보관해야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서류들과 싸우며 공문서의 위엄을 배우는 중입니다.
▶앞으로
저는 전문임기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솔직히 '난 1급도 있겠다, 이대로 경력만 쌓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등기국에 와서 전문임기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 나는 지금 방탄조끼 없이 전쟁터에 나가려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조금 과장이긴 합니다.ㅎㅎ)
특히 뼈아프게 느낀 지적은 이거였어요.
법원에는 1급 자격을 가진 분들도 많고, 저 정도의 경력의 분들도 많다는 사실.
즉 차별화를 두려면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비서1급과 워드1급 자격증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이것도 이미 준비된 분들이 많겠지만 남들이 있는 것부터 저도 채워보려고요.
사실 저는 이미 전문임기제 공고에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그때마다 위축되고, 좌절하고 그런 것들이 반복 되니 솔직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차라리 지금은 자격증 준비를 우선순위로 두니까 오히려 불안감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조금씩 준비해 나가면서 제 길을 만들어 가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속기의 길이 멀게만 느껴졌던 저도
이렇게 하나씩 경험을 쌓고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가고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경험과 선배들의 조언, 그리고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저처럼 시작이 두렵고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씩 경험하고 배우다 보면, 어느 새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고, 앞으로의 길을 조금 더 용기 있게 걸어가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